1. 영화 파일럿 줄거리
잘나가던 파일럿 한정우(조정석)는 성희롱 구설수에 휘말리며 항공업계에서 퇴출되게 됩니다. 설상가상 아내에게 이혼통보를 받게 되고 아들과도 생이별 하게 되고 맙니다. 본가에 들어가게된 정우는 재기할 순간을 노리고 있었지만 그 어떤 항공사에서도 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뷰티 유투버인 그의 동생 한정미(한선화)의 도움을 받아 여장을 하고 파일럿에 지원하게 됩니다.
정우는 동생 정미의 이름과 신분을 빌려 파일럿으로 취직에 성공합니다. 중간중간 그가 남자인 것이 탄로날뻔 하지만 위기를 잘 넘겼고, 비행 중 위험한 순간에 실력을 발휘하며 승객 모두를 구한 영웅이 되기까지 합니다. 일순간 스타덤에 오르게 된 정우는 소속 항공사의 대표 모델로 등극하게 됩니다. 본인의 신분을 숨겨야하는 입장이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는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정우는 정미로서 지내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동료 슬기(이주명)와 가까워 집니다. 슬기는 정우가 여장을 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진심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슬기는 과거 정우의 성추문 관련 내부 폭로자로 지목되었고, 더 나아가 불순한 의도로 정우를 모함하였다는 누명을 쓰게 됩니다. 이로 인해 슬기는 퇴사하게 됩니다. 정우는 과거에 슬기로 인해 구설수에 휘말리게 되긴 했지만, 그녀와 나누었던 우정때문인지 그녀를 지켜주려 애씁니다. 가짜 신분으로 승승장구하던 정우는 스스로 본인의 정체를 밝히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슬기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고 정우에게 등을 돌리게 됩니다.
대국민 사기꾼으로 몰리게 된 정우는 결국 회사에서 쫓겨나게 됐고,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비난받게 됩니다. 가짜 신분으로 사기극을 벌인것이기에 옥살이까지 하게 됩니다. 이후 더이상 한국에서 생활하기가 어려워진 정우는 해외로 넘어가 경비행기 조종사로 지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슬기와 마주치게 되는데 서로에게 다가가진 못하고 아련하게 눈빛을 주고 받으며 영화는 끝납니다.
2.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진 설정이 아쉬움
아무리 생각해도 여장남자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 지나친 설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두번 스쳐지나가며 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함께 일하는 동료들 조차 눈치채지 못할리가 있을까요? 극 후반부로 가면 항공사 상무는 정우가 여장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녀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 비밀을 볼모로 정우를 이용하려 합니다. 물론 정우의 양심선언으로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게 됩니다.
극 중간에 보면 정우가 여장을 한 채 그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는데, 어머니가 못 알아보는 척 한건지, 정말 몰랐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알고도 모른 척 한 것이라면 부모로서 정직하게 살라고 계도해야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3. 총평
여러가지 설정들이 납득이 가지 않거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조정석 배우의 연기력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젠더 문제와 관련하여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정우의 아들이 파일럿이 아닌 발레리노를 꿈꾼다는 대목에서 일종의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훌륭한 발레리노들이 많은 지금이지만, 아직도 발레는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라 치부했던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습니다. 젠더와 관련하여 당연하다 여겼었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어쩌면 정우가 여장을 하고 파일럿 활동을 한다는 전제 자체도, 그저 코믹스런 배경이 아니라 사회에 고착화되어있는 젠더와 관련된 고정관념을 꼬집으려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파일럿은 전체적으로 코믹한 요소가 많고, 배우들의 재치있는 연기가 일품입니다. 언제든 가볍게 즐기며 볼 수 있는 영화로, 코미디 영화를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